어제 도교문화학회 학술대회에 다녀와서 그 후기를 남겨본다.

 

국내에 도가 또는 도교를 전문으로 다루는 학회는 도가도교학회와 도교문화학회 두 군데 뿐인 것 같다.

 

그 중 도가도교학회는 전문 학술지 발행은 하지 않고 연 2회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도교문화학회는 KCI등재 학술지 <도교문화연구>를 연2회 발행하고 있다.

 

도가와 도교는 일반적으로 노자와 장자의 사상을 기반으로 철학적인 측면을 도가, 종교적인 측면을 도교라고 한다. 하지만 학자마다 견해가 다르고 한중일의 관점도 다르다. (이번 학회에서도 이에 대한 지적이 있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정리해볼 것이다.)

 

이번 학회는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종교문제연구소와 함께 국제학술대회 형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학부랑 석사 때 종교를 전공하긴 했지만, 국내에서 도교의 영향이 적다보니 관심을 가지지는 못했었다. 개론서를 볼 때도 태평도와 오두미도까지는 괜찮았는데 갈수록 경전과 분파, 의례 등이 끝없이 갈라져나와서 자연스레 관심을 접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학회에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이번에 도가철학으로 유명한 정카이 선생님이 발표를 한다기에 참석을 하게 되었다.

 

 

오전에 볼일이 있어 들린 동국대. 불상 앞에 연꽃이 예쁘게 피어 있었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학술대회 장소에 도착을 했는데,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정카이 선생님이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서 참석을 못하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ㅠㅠㅠㅠ 사실상 정카이 선생님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던거 같은데 깊은 아쉬움이 남았다.

 

 

첫번째 발표를 맡으신 김백희 선생님은 환경생태 문제를 중심으로 도가철학을 연구하는 분이시다. 일전에 도가도교학회에서도 뵌 적이 있는데, 발표를 듣는 건 처음이었다. "장자철학과 AI 시대의 지구 생명공동체 윤리"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는데,  AI가 고도로 발달했을 때 우려되는 상황 예컨대 인간에 대한 위협 등에 대해 상당히 낙관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듯했다. "억지로 하는 행동이 없는 행위", "혼란을 일으키지 않는 행위", "망령된 짓이 없는 행위", "삼가며 조심하는 행위"로서 무위자연하는 태도가 종국에는 AI에게도 영향을 미쳐 공존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혀졌다. 

 

그런데 발표가 끝나고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장자의 입장에서 현대  문명의 생명소외 현상이나 환경을 대하는 태도를 볼 때, 응제왕이나 지북유에서 나오는 傷, 物 개념이 언급되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성인은 만물에 처하면서도 만물을 해치지 않으니 만물을 해치지 않는 사람은 만물이 또한 해치지 않는다.
聖人處物, 不傷物, 不傷物者, 物亦不能傷也.(장자, 지북유)

 

 

생명을 대하는 장자의 관점을 가장 잘 나타낼 뿐 아니라 실천적인 의미에서 출발점이라고 여겨지는데 나만 그렇게 보는 것인지.. 이 부분에 대해 질문을 하고 싶었는데, 시간 관계 상 질문을 하지 못해 상당한 아쉬움이 남았다.

 

이후의 발표들은 도교에 관한 내용이라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조성우 선생님이 발표한 <신주경>이라는 경전에 대한 내용은 조금 흥미로웠는데, 일종의 종말론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 그 점이 특이했다. 예전에 비교종교학 수업을 들을 때 기독교의 영향을 받은 서양의 세계관을 창조와 종말이 있는 '직선 사관'(?)으로 보고, 변화와 조화를 중시하는 동양의 세계관은 '순환 사관'(?)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고 들었다. 물론 불교의 미륵 신앙만 봐도 결코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지만 그래도 나름의 영향을 끼쳤을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종말의 때('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것 같다)에 큰 홍수가 오는데 <신주경>을 외우면(외우면인지 깨달으면인지 기억이 확실치 않다) 살아남을 수 있다는 내용은 기독교적 사유와 매우 유사해 보였다. 

 

한 가지 반성해야 할 점은 외국어 공부를 하나도 안했다는 점이다. 외국에서 온 선생님들이 발표를 하는데 사회자 선생님 뿐 아니라 필드에 있는 선생님들도 상당히 많이 알아 듣는 것 같았다. 나는 통역이 없으면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는데.. 학부 때 교수님들이 제일 후회하는게 외국어 공부를 안한거라고 귀에 딱지가 앉게 들었는데, 지금까지 안한 내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AI기술이 발달하고 있다지만, 공부를 하는 입장에서는 뉘앙스와 관점에 따라 충분히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여전히 유효한 스킬인 것 같다. 지금부터라도 공부하면 마흔 전에는 그래도 기초 수준은 가능하지 않을까.. 틈틈히 중국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금 해봤다.

 

처음 참여하는 학회의 학술대회이고, 도교는 익숙하지 않은 면이 있지만 외연의 확장을 이룰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종종 참여해서 활동을 하면 좋을 것 같다. (논문도 낼 수 있도록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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