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집주의 아홉번째 편인 자한편은 “子는 罕言利與命與仁이러시다”로 시작한다. 논어의 편명은 대체로 첫 문장에서 공자를 가리키는 ‘子曰’을 제외하고 다음 두 글자를 따서 짓는다. 그런데 여기서는 공자를 가리키는 ‘子’가 포함되었다. 자한편은 학이편과 더불어 공자와 제자들이 천하를 주유하면서 나눈 대화가 많이 기록된 편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그 시작을 알리는 첫 문장이 해석에 여지가 많은 듯하다.
“子는 罕言利與命與仁이러시다”는 주자의 견해를 빌리면 “공자께서는 이익과 운명과 인을 드물게 말씀하셨다.” 정도로 해석이 된다. 그런데 일부 학자들은 “공자께서는 이익을 드물게 말씀하시고 운명과 인을 허여(許與)하셨다.”로 보는 경향이 있다. 어떤 해석이 옳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두 해석 모두 옳다.
두 해석에서 공통되게 나타나는 “드물게 말했다(罕言)”는 내용을 보자. 우리가 어떤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떠올려 볼 때 그 주제에 대해 잘 말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잘 말하는 사람은 그 주제를 잘 알고 있거나, 스스로 잘 안다고 생각해서 말하는 것이고, 잘 말하지 못하는 사람은 주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알긴 알지만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공자의 경우처럼 스승과 제자의 관계에서 나눈 대화라면 제자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확인해보기 위해 말을 아낄 수도 있다. 즉 어떤 주제에 대해 드물게 말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이 공자의 핵심 사상은 인(仁)으로 축약된다. 그러한 인을 공자가 부정적으로 말했을 것 같지는 않다.
공자와 제자들이 대화를 나누는데 그 주제가 이익(利)과 운명(命)과 인(仁)이다. 주자는 정자가 한 말을 주(註)로 달았다. “이익을 계산하면 의로움을 해친다. 운명의 이치가 은미하고 인의 도가 크니 모두 공자께서 드물게 말한 바이다(計利則害義 命之理微 仁之道大 皆夫子所罕言也)” 이 주(註)에 따르면 이익은 부정적이고 운명과 인은 긍정적 의미이다.
이익을 드물게 말하고 운명과 인을 허여했다는 해석도 같은 맥락이다. ‘이익을 드물게 말하다(罕言利)’와 ‘운명과 인을 허여하다(與命與仁)’를 구분한 이유는 구조상 의미가 대비되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 앞의 罕言이 긍정인지 부정인지 모르지만, 뒤의 ‘허여하다’는 명백히 긍정의 표현이다. 따라서 이익은 부정적이기 때문에 드물게 말하고, 운명과 인은 긍정적이기 때문에 허여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논어의 전체적인 맥락에서도 보인다. 술이편 20장을 보면 공자가 괴력난신을 말하지 않았다는 내용에 대해 주자는 이치의 바름이 아닌(非理之正) 것을 말하지 않고 이치의 지극함에 궁구하지 않으면 쉽게 밝히지 못하는 것이 있다(非窮理之至 有未易明者)고 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공자는 이익을 非理之正으로 보고, 운명과 인은 쉽게 밝히기 어려워한 것으로 보았을 것이다.
공야장편 12장에서도 자공이 성(性)과 천도(天道)에 대해 들어볼 수 없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에 주자는 “성과 천도에 이르러서는 공자께서 드물게 말씀하셔서 배우는 자들이 들어볼 수 없었다(至於性與天道則夫子罕言之而學者有不得聞者)”고 하며 그 이유를 공자의 제자들이 그 수준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蓋聖門 敎不躐等)
‘與’자를 ‘~와’로 볼지 ‘허여하다’로 볼지에 따라 해석은 달라진다. 그러나 두 해석 모두 이익을 부정의 의미로, 운명과 인을 긍정의 의미로 본다. 따라서 어느 해석이 옳은가 하는 질문은 의미가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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